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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7.28 16:23:36
  • 최종수정2014.07.29 09:22:51
세월호 참사 100일이 훌쩍 넘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해경 경비정으로 황급히 옮겨 타는 선장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선장은 제복이 아닌 팬티 차림이었다. 비유를 확장하면 팬티 차림의 선장 모습은 익명성(匿名性)에 편승이다. 다중 속에 묻히기 위함이었다. 익명성에 묻힌 비겁함의 극치였다.

***익명성은 예비군복 착용효과

현대사회에서 익명(匿名)이 실명(實名)을 이기는 경우는 많다. 현대인들은 많은 시간을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곧잘 익명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충북대 중문 앞 등 대학가 주변이 붐비는 까닭도 다르지 않다.

붐비는 곳일수록 익명성은 더욱 확고해 진다. 흔히 '예비군복 착용효과'로 불리는 제복효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비군복만 입으면 '개'가 된다는 우스개도 익명성과 큰 관련성을 갖는다. 권위주의 시절 교련복도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교복 대신 교련복만 입으면 예비군 뺨치는 행동을 했다. 제복의 익명성이 갖는 위력이다.

세월호 선장은 정반대였다. 되레 제복을 벗었다. 제복을 내던져 익명성 속에 숨을 수 있었다. 공공 속에 몸을 감출 수 있었다. 하얀 선장 제복의 상징은 책임감이다. 세월호 선장은 제복을 벗어던짐으로써 책임감도 던져버렸다. 익명의 공간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책임을 회피했다. 기억 저편에 저장된 선장의 의무감도 날려버렸다. 익명성이 비겁함까지도 극복해준 셈이다.

익명의 공간에선 나를 숨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익명성이 담보되면 평소 상상치도 않던 일탈을 하기도 한다. 익명성은 숨어서 구경할 수 있는 관음증 유혹도 만족시켜준다. 이런 일탈과 관음증의 조건을 극대화해 주는 공간이 인터넷이다. 나를 감추며 남을 관찰할 수 있어 가장 붐비는 곳이다.

인터넷 등장 전만 해도 익명성 논란은 크지 않았다. 기존의 공간에선 대중의 힘이 크게 발휘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대중의 힘이 아주 크다. 그 힘은 주로 인터넷 등 SNS 공간의 익명성에서 나온다. 내부고발이나 비윤리적인 행태의 폭로도 익명의 공간을 통해 나오곤 한다.

익명성은 파렴치한 내부고발도 보호해준다. 그러나 무조건 긍정적이진 않다. 익명성으로 무장한 대중은 곧잘 불합리한 마녀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얼굴을 감추고 숨어 악플러 역할을 하곤 한다. 대중의 책임의식을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인 셈이다. 익명성의 가장 부정적인 문제이다.

익명성은 자신의 본이름을 숨기는 특성이다. 어떤 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말한다. 무명성이나 무기명성으로 써지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등 SNS 공간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서 상당히 주목받는 사회학적 특성이기도 하다.

최근 충북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협박성 문자 메시지가 전달됐다. 혁신학교 관련 예산 삭감과 관련, 해당 도의원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물론 발신자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발신자 신분과 이름도 알 길이 없다. 익명의 공간에 숨는 수법이 최근 자주 등장한 수법과 다르지 않아 씁쓸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골든 타임'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발병시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못하면 불귀의 객이 되는 시간이다. 전조증상을 감지하지 못하고 갑자기 발병하면 생명을 담보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감수해야 한다.

***실명이 익명을 이길 수 있어야

인터넷 등 SNS 세상도 마찬가지다. 그 곳은 더 이상 가상세계가 아니다. 자연적 현실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우리 삶의 현실에 들어와 있다. 다양한 이슈와 관심사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누구든 서로의 생각과 사상을 나눌 수 있는 드넓은 의사소통의 바다다. 그러나 익명성 아래에서는 언제든지 악마적 존재로 변하기도 한다.

익명성에 대한 조치의 시간이 왔다. 시간을 허비해선 결코 안 된다. 그동안 전조증상은 수없이 많았다. 제대로 처치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이 '골든 타임'이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가 중병에 들 수도 있다. 자칫 회복 불능의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익명성을 방패삼은 무자비함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인터넷 등 SNS 세상이 진정한 의미의 열린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서로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는 공간이 돼선 안 된다. 실명이 익명을 이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익명성을 담보로 한 폭력은 팬티차림으로 세월호를 탈출한 선장의 모습과 다름이 아니다. 익명성의 함정은 그렇게 가시적 폭력보다 훨씬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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