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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7.17 18:38:15
  • 최종수정2014.07.17 18:38:15

과거 어느 한 시절, 연인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선물 품목 1위는 단연 '책'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시간은 그 잠시만으로도 생이 충일(充溢)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삶, 사유할 수 있는 문장들을 함께 나눌 생각에 미리부터 가슴이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육체의 성장은 생물학적 나이의 20대에서 대부분 멈출 터이나, 독서를 통해 인간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정신적 성장을 계속할 수 있으니 독서야말로 가장 첨단의 디지털 기기가 아니고 무엇이랴.

한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명사의 서재' 탐방 프로그램이 있다. 대내외적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고 있는데, 인상적이었던 순서는 배우 정재영 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서재로서 근처의 마을 도서관을 안내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그전까지 나의 부러움을 샀던 여러 명사들의 개인 서재들이 일순간에 무색해지는 것 같았다. 정말 마을 도서관만큼 다채로운 빛깔의 서재가 또 있을까. 인문과 사람의 향기가 어우러지는 마을 도서관을 자신의 서재로 선택한 그의 혜안이 감탄스러웠다.

김주란 사서

청주서원도서관 김주란 사서는 "요즘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비치하고 대여해 주는 곳이 아니다. 다양하고 풍부한 양의 각종 자료를 보유, 활성화하는 본연의 기능도 잃지 않으면서 독서토론, 동화 구연, 인형극 공연, 각계각층의 독서동아리 활동, 다채로운 주제의 독서 활동의 선도 등 인문 문화 공간으로서 거듭나고 있다."라고 말한다.

'철학, 역사 전문 도서관'으로 지정된 청주서원도서관은 '인문고전특강' 등 다양한 강좌와 모임을 통해 새로운 도서관의 의미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다.

책과 사람이 빚어내는 정경

만약 어떤 화가가 2014년 어느 날 서울 지하철의 풍경을 그린다면, 훗날 후손들이 그 그림을 마주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손바닥 안만 주시하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아마 시간이 많이 흐르면 그 스마트폰 대신 또 다른 문명의 이기로 대체될지 모른다.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종이책으로 회귀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한 켠으로 다 읽은 내용이 페이지의 두께로 쌓여가는 뿌듯함은 물적 육체를 가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천혜의 아날로그적 기쁨이다. 책 읽는 풍경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고스란히 그 정경이 살아있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 동네 도서관이다.


청주서원도서관 2층 아동자료실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자유롭게 아이들이 책을 보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그곳에는 단 한 개의 스마트폰도 보이지 않는다. 흡사 도심을 떠나 숲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친구와 만화책을 보고 있던 김주호(분평초, 4)어린이는 "수업이 끝나면 이곳에 와요. 보고 싶은 만화책도 읽을 수 있고 동화책도 많아요. 스마트폰보다 책이 더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아동자료실과 연결된 '북 트리 방'에서는 책을 읽어주는 나무가 서있다. 그 곳에 열매처럼 열린 책을 따다 줄기에 대면 나무가 책을 읽어준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책을 갖고 논다. 유아를 위한 다양한 그림책을 구비해놓은 '꼬마 책마루'와 지적장애 아동을 위한 그림책과 북트리(동화구연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곰두리 책마루'도 인상적이다. 3층 종합자료실에는 주로 다양한 교양전문 도서와 참고도서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4층 멀티미디어실에는 인터넷 정보검색, 원문DB활용 등 다양한 디지털 접근 및 DVD, CD 등 풍부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5층 문화교실에서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새로운 도서관의 기능을 열고 있었다.

고품격 철학 강좌, 품격을 높이다


서원도서관은 흔치않은 고품격 철학 강좌를 마련, 시민들의 인문학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덕분에 서원도서관은 이제 인문학 중점 도서관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에 열린 인문고전특강은 공자의 '진격의 거인', 맹자의 '너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증명하라.' 노자의 '사이에서 길을 묻다.' 등 다채로운 강의를 선보였다.


독서는 고매한 이론이나 고급한 교양을 쌓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한 놀이다. 인문학이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면, 독서토론은 타인을 체험하는 자리다. 독서토론은 골방의 독서에서 광장의 독서로, 평면적인 독서에서 입체적인 독서로 나아가는 독후활동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치유의 자리이자,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세우는 성장의 시간인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서원도서관에서는 인문 '주제 독서회'도 만들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참여인원은 모두 45명으로 입문 2개 반, 심화 1개 반으로 운영하였다. 독서회를 구성할 때, 독서클럽 활동 경험이 있고 독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북멘토를 결성해 독서활동을 리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들 독서모임은 5층 문화교실에서 열리며 월 2회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또한 독서모임을 알차게 꾸미기 위해'함께 읽는 철학'이라는 모임을 갖고 철학, 역사 교양서를 읽고 토론도 하며 문집발간을 위해 글쓰기도 시행하고 있다. 모임 때 소종민 문학평론가를 비롯해서 서원도서관 사서와 북멘토가 함께 토론의 중심에 서서 생각들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들 독서회에서 읽고 토론하는 책은 20여권의 역사, 문학, 사회, 철학 서적으로 다양하다. 독서회 김영숙(62, 분평동)씨는"도서관을 이용하다보니, 독서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생의 지표가 달라졌다. 그전에는 편견 속에 살았는데 철학을 통해 바뀌었다. 사고의 영역이 종교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철학을 통해 종교도 사회속의 종교라는 사실을 깨우쳤다. 더불어 사회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통체적 삶을 알게 되었다."라며 "도서관은 사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귀한 곳이다. 책의 공간에서 이제는 동네 문화의 구심점으로 변하고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가치 있는 공간으로 진화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도서관을 통해 교양 있는 문화시민계층이 두터워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선진화된 나라이다. 우리 지역 도서관이 그 일을 이루어가고 있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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