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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문화탐방 - 청주 당산에 얽힌 슬픈 이야기

옛날 산신제 열리던 청주의 진산(鎭山)
일제강점기 때 당집 허물고 신사 세워
인민군이 우익 인사 220명 처형하기도

  • 웹출고시간2014.04.24 16:10:13
  • 최종수정2014.04.24 16:10:13

남주동에서 바라본 당산 전경.

ⓒ 출처=디지털청주문화대전
청주 당산(堂山).

우암산 자락에 솟아 있는 이 작은 봉우리는 인근 지역민들을 제외하곤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오히려 '동공원(東公園)'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한 산이다.

우암산(338m) 남쪽 산록에는 골짜기와 산릉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는데, 당산은 산릉(104.3m)에 해당되며 산릉이 끝나는 곳은 바로 시가지로 연결된다. 옛 법원에서 명암약수터 가는 길로 150m가량 가면 좌측에 구릉(명장사 뒤편)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당산, 또는 당이산(唐·山)이다.

당산이란 지명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부터 등장한다. '당이산(唐·山)이 청주의 동쪽 1리에 있는 진산이며 토성기(土城基)가 있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여지도서' 충청도 청주목 부문에도 '와우산(우암산)에서 내려와 청주의 터를 왼쪽으로 돕는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산에는 백세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토성이 일부 남아 있다. 총 둘레 550m, 높이 1m 규모의 테뫼식 토축산성이다. 성벽은 두께 20cm 안팎으로 판축했고, 내부에는 돌을 쌓아 성벽을 보호했다.

처음에는 독립된 작은 산성으로 기능하던 것이 와우산 토성의 내외성과 연결되면서 나성의 일부로 기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모충사와 일제강점기 때 신사가 들어서면서 토성의 흔적은 점차 지워졌다.

◇일제 신사 세워졌던 가슴 아픈 역사

우암산 동공원에 있는 신사 주춧돌.

ⓒ 임장규기자
옛날 당산에서는 매년 청주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산신제가 열렸다. 산신제는 진산의 큰 나무나 바위 밑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드물게는 제단을 쌓거나 당집을 만들고 했다.

청주에서 산신제를 지내던 당이산에는 산신의 위패를 모신 당집이 있어 민간에서는 당이산을 '당산(堂山)'이라 불렀다. 산신제를 '산제' 또는 '당산제'라 부르기도 했다.

청주에서 산신은 자연신으로 이해됐다. 산신제는 매년 당집에서 정월과 10월 밤에 유교식 제사로 지내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당집을 헐고 신사(神社)를 세우면서 산신제는 폐지됐다.

광복 후 신사는 철거됐지만 지금도 주춧돌이 곳곳에 남아 가슴 아픈 역사를 전달해주고 있다. 당시 세워진 신사의 흔적은 청주 대한불교수도원(옛 용화사)에 가도 볼 수 있다.

◇한국전쟁 때 우익인사 처형

한국전쟁 때 인민군이 청주 당산에서 우익 인사들을 처형하던 모습.

당산의 아픔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전쟁 때인 1950년 9월24일~25일. 퇴각하던 인민군들은 청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우익 인사 220명을 당산에서 처형했다. 인민군은 청주형무소에도 불을 놓아 수형자 14명을 잔인하게 죽였다.

지난 2009년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청주·청원보도연맹유족회는 당시의 처형 장면이 담긴 사진 2장을 첫 공개했다. 미군이 촬영한 것으로 진실화해위원회가 청주·청원지역 민간인 학살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있던 것을 찾아냈다.

◇지금은 동공원으로 더 유명

당산은 현대에 들어 '동공원(東公園)'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말 그대로 청주 동쪽에 있는 공원이란 뜻이다. 1977년 공원 조성이 최초 결정돼 1998년에 6만8천700㎡ 규모로 준공됐다. 이어 2003년 12월에 동공원이란 명칭이 붙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원뿐만 아니라 산 자체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역사적이나 지리적으로 볼 때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 임장규기자

참고 자료 : 청주시지, 디지털청주문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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