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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 화백 탄신 100주년 - 운보가 그린 '예수의 生涯(생애)'

서양 기독교를 벗은 '시골풍경의 한국인' 예수

  • 웹출고시간2013.10.27 16:25:09
  • 최종수정2013.10.27 16:25:09

9. 운보가 그린 '예수의 生涯(생애)'

예수와 12명의 제자들이 함께 한 '최후의 만찬'이 한국화로 그려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 자체를 머릿속으로 상상한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서양화가들이 오랜 세월 '최후의 만찬'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운보 김기창 근영

우리나라에도 서양미술사나 각종 매체에서 접할 수 있었던 '최후의 만찬'을 한국화로 그린 화가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예수의 생애를 30점의 성화(聖畵)로 그려 대중들에게 익숙한 서양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화풍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기발하고 특이한 발생을 화폭으로 옮긴 이가 운보 김기창 화백이다.

6·25전쟁 중 군산 근교 시골집에서 피난 생활을 하며 전쟁의 절박한 상황과 처참한 민족 비극을 바라보면서 가슴 속 깊이 쌓인 통절한 감정을 예수의 생애를 통해 표현했다.

이 예수의 생애 그림은 예수의 탄생에서 부활에 이르기까지 모두 30점으로 제작됐다.

그림에 등장하는 예수는 서양 기독교 미술에서 봐오던 모습이 아닌 우리나라 시골풍경을 배경으로 한국인의 모습을 띈 예수다.

그의 성화에는 서양의 복식 대신 우리의 전통 바지저고리와 두루마기, 그리고 갓을 쓴 한국인이 등장해 많은 서양화가들이 그린 그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최후의 만찬'.

운보의 '최후의 만찬'은 주변에 소나무가 심어진 한 누각에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선비들이 빙 둘러앉아 각기 다른 표정과 동작을 하고 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낯선 듯 친숙하고 정겨운 모습이 생동감 있게 표현돼 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운보의 그림과는 쉽게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없는 그림이다.

'청록산수' '바보산수' '태양을 먹은 새' 등과 같이 강렬한 그림과는 사뭇 다른 화풍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2만여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그 중에서 이번에 공개되는 성화작품은 우리나라 화단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예수의 생애와 관련한 성경 속 이야기를 전통 회화 형식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김기창 화백의 동상과 운보 미술관 전경.

ⓒ 김수미기자
올해 운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운보미술관에서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기념전시회를 연다.

한국 현대회화에서 독창적인 화풍으로 수많은 작품을 남긴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운보미술관은 운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운보 작품 30점을 전시하고 있다.

ⓒ 김수미기자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30점의 작품은 예수의 삶을 전통 회화형식으로 그렸을 뿐 아니라 예수와 성모마리아에게 한복을 입히는 등 전통 한국 문화를 배경으로 성경을 해석해냈다.

군산 피난처에서 그린 이 성화 연작들은 조선시대 풍속화로 그려졌다.

운보는 일제치하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우리 민족의 비극이 예수의 고난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한국화풍의 성화를 그린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운보 미술관 내에 있는 아트숍에는 운보의 작품을 판화작업해 다양한 아트상품으로 개발, 판매하고 있다.

ⓒ 김수미기자
그는 성화 제작에 몰입해 1년 반 만에 연작 전체를 완성했다.

각각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수태고지' '아기 예수의 탄생' '동방박사들의 경배' '아기예수 이집트로 피난' '헤롯왕의 아이들 학살' '소년예수 학자들과 문답' '요한에게 세례를 받음' '사탄에게 시험받다' '제자들을 만남' '산상설교' '사마리아의 여인' '병자 고치다' '오천인을 먹임' '물 위흘 걷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 '탕자 돌아오다' '어린이들을 축복하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여인 예수의 발을 씻음' '예루살렘에 입성' '최후의 만찬'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 '재판받다' '수난 당하다'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에 못박힘' '시체를 옮기는 제자들' '부활' '막달라마리아와 만남' '승천' 등 30점이다.

이경성 미술평론가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의상에 고증이 정확했고 인물의 표현이 이조 후기의 풍속화 즉, 혜원 신윤복이난 단원 김홍도의 인물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표현을 한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서양에서는 16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수도원 벽화에 그린 '최후의 만찬'이 가장 유명한데 운보의 '최후의 만찬'은 한국식으로 삼각구도를 잡고 예수를 중심으로 좌우에 6명씩 마주앉는 형상으로 그려졌다.

다빈치가 예수를 중심으로 좌우에 6명씩 테이블 이쪽저쪽에 나열시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12종도의 각기 다른 표정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고심의 흔적을 엿 볼 수 있고 오른쪽 기둥에 가려서 갓의 일부만 보이는 인물의 표현은 운보의 탁월한 화면 구성력을 엿보게 하는 부분이다.

운보의 집 안내도(위)와 운보의 집에서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

ⓒ 김수미기자
운보의 성화는 신앙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23세때 장로교회에서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었던 그는 그보다 16년 전인 7세때 불행하게도 열병을 앓아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신체적 불행을 화가가 됨으로써 극복하게 됐고 군산 피난지에서 이 성화 연작을 완성하게 됐다.

한국전쟁의 참상을 뼈아프게 경험한 그가 우리 민족의 비극과 비극적 상황을 수난당하는 예수와 박해받던 그리스도교에 견붕으로 우리 민족사를 화가답게 예수의 행적을 더듬어 조명한 것이다.

우리의 풍속화로 표현된 30점의 성화에서 그리스도의 거룩한 삶과 자신의 불행을 예술로 승화시킨 운보의 거룩한 삶이 느껴지는 듯 하다.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올해 말인 12월31일까지 운보미술관에서 열린다.

/ 김수미기자

인터뷰 - 홍병학 운보미술관장

"영역 넘나들며 독창적 세계 구축"

-운보 김기창 화백은.

"올해는 운보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운보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위대한 화가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화의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고 장르에 구에 없이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운보의 연작 '예수의 생애'에 대해.

"기발하면서 특이한 작품이다. 한국전쟁 당시 군산 피난처에서 그린 것으로 전쟁의 절박한 상황과 처참한 민족 비극에 대한 통절한 감정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예수의 탄생에서 부활에 이르기까지 모두 30점으로 제작돼 서양의 기독교 미술에서 보는 것과 달리 한국인의 모습으로 성자를 그렸다. 그는 신앙심 깊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독실한 믿음을 가진 신자였다고 알려져 있다. 예수를 비롯한 성자들에게 입힌 우리 옷들은 아마도 운보가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로 기도하는 목소리의 상징이고 우리말로 노래하는 찬송가의 시각화일 것이다. 운보는 서양의 종교화마저도 한국적으로 해석해 아름답고 독창적으로 표현했기에 더 운보를 운보답게 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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