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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8.05 18:15:22
  • 최종수정2013.08.05 18:15:22
인간의 삶은 길을 따라 걷는 행위의 연속이다. 그리고 걷는 행위는 모든 주도권이 내게 있음을 의미한다. 내 몸을 옮기는 내 다리의 주인으로서 생각의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걷다보면 보인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주위의 나무나 돌, 풀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감이 열려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산책에서도 똑같다.

***둘레길 조성에 내실 기할 때다

참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이다. 꼬인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오만가지 생각과 상상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 속도문명의 경쟁 속에서 헉헉거리게 한다. 생각의 속도가 내 몸의 공명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지 100만 년 만에 생긴 부정적 결과다. 다시 자연 속을 걸어야 치유할 수 있다. 산야든, 천변이든, 동네길이든 걸어야 한다. 걷기는 내 몸의 감각을 깨우고 단련시킨다. 그래서 능동적인 명상이 가능하다. 발이 철학의 첫 번째 스승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걷기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수그러들지 않고 되레 고조되고 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6년 전 쯤인가. 바다 건너 남쪽에서 제주 올레길 바람이 불어왔다. 전국 곳곳 길이 뜨거워졌다. 지금도 자고 일어나면 갖가지 이름이 붙은 길이 등장한다.

산자락을 돌며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이 대세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숲길, 나들길, 자락길, 마실길, 물레길, 언저리길, 너머길, 옛길 등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영어식 이름도 많다.

전국에 독립된 이름을 가진 길의 수만 595개에 달한다. 도보여행을 위한 단위코스는 1천689개다. 총 길이는 1만7천671km다. 충북에도 28개의 걷기길이 있다. 물론 최근 문화부의 전국 도보여행길 현황 조사만 보면 그렇다. 사실은 더 많다고 한다.

갈 곳이 넘친다. 가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지난 주말 충북 제천 청풍호반에 마련된 자드락길을 걸었다. 그 곳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다시 깨우쳤다. 조밀한 길 이야기를 통해 깨알 같은 즐거움을 누렸다.

산책은 걷기의 아주 기본적인 형식이다. 속도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수한 걷기, 그 자체다. 그러나 걷다 보면 묻혀 있던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나 둘 정리되고 논리적 사유가 슬금슬금 시작된다. 곧 철학적 논리가 형성된다. 산책이 종이책보다 더 중요한 이유다.

산책은 말 그대로 생각이나 걸음을 가볍게 흩트리는 행위다. 걷다 보면 길이 열리고 생각이 트인다. 마음도 새로워진다. 그래서 걷기는 세상과 자연, 인간 본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방식이다. 생각하고 사색하는 훈련으로 더할 수 없이 좋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필요·충분조건이다. 곧 철학적 사색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둘레길은 종종 지역 주민 소득 증대 사업으로 활용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부정적 요인도 있다. 주민을 위한 둘레길이 되레 주민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자연의 주인인 동·식들에겐 더 큰 해를 가져다줄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안다. 둘레길 자체가 생태계를 훼손하기도 한다. 기존의 산길을 찾아내 잇지 않고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기 때문이다. 시멘트 포장이나 무리한 데크 설치는 최악이다. 곤충 등 미물들에게는 만리장성과 같다.

산길, 숲길, 강길, 바닷길 등 길 개발 열풍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자연의 주인으로부터 자연 훼손 허가를 받지 못했다. 자연생태계 유지 보호를 겸한 둘레길 개발이 절실하다. 이용객들의 생태 존중 마음가짐은 너무 당연하다. 둘레길에도 내실을 기할 때가 됐다.

***자연이 사라진 길은 의미 없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길은 느낌이 없다. 이야기도 없다. 그저 편할 것이란 내 안의 생각일 뿐이다. 둘레길은 사색과 철학의 공존 공간이어야 한다. 휴가의 계절에 팍팍한 세상을 극복할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어야 한다.

자연과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길은 자연을 그대로 두고 걷을 수 있어야 의미를 갖게 된다. 정부도 둘레길 같은 도보여행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모쪼록 앞으로 조성되는 둘레길이라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이었으면 한다.

'철학' 없는 '걷기'는 너무 공허하다. 걷는다는 것은 곧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다. 철학은 자연에서 사색을 통해 형성된다. 자연이 훼손되거나 사라지면 철학의 탄생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 길 역시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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