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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품바가 죽지 않고 또 왔다. 그리고 큰 웃음을 선물하고 갔다. 재치 있는 입담과 현란한 몸짓으로 관람객들에게 신명나는 웃음을 줬다. 누더기 옷을 걸치고 더벅머리 가발을 쓴 채 한바탕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흥겨운 한판을 벌이고 갔다.

음성품바는 박애의 품바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현실 속 이야기다. 14회 음성품바축제가 지난 23일 열림식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음성 설성공원 일원에서 4일간 펼쳐졌다. 관람객 30만명이라는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음성품바축제를 기획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1998년 말이나 1999년 초쯤으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모 일간지 지역 주재기자로 활동했다. 문학에 관심이 많아 지역문인들과 꽤나 어울렸다. 조촘조촘 알게 된 뒤엔 순댓국집 등을 돌며 제법 탁배기도 나눴다.

품바축제 이야기도 그 때 나눴다. 누구의 생각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참신했다. 잘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 뒤 함께 어울려 곧잘 의견을 나누곤 했다.

당시 음성지역엔 설성문화제와 고추축제 외엔 별다른 대표 축제가 없었다. 무안 품바축제도 열리기 몇 해 전이어서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때마침 예총 음성군 지부 창설을 마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예총 소속 회원들의 문화욕구가 남달랐다.

그 중 문인협 소속 반숙자 수필가와 증재록 시인, 문화협 소속 반영호 시인과 권순갑 시인 등의 열의는 대단했다. 물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다른 회원들도 많았다. 공식적인 자리든, 사적 자리든 품바축제 이야기를 자주 나눈 것으로 기억된다.

그 뒤 축제계획은 1년도 안 돼 구체화 됐다. 음성군에도 축제계획이 전달됐고 다음해 예산에 반영됐다. 드디어 2000년 5월 처음으로 1회 음성품바축제가 열리게 됐다. 첫 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그 후 14년째 성공을 이어 오고 있다.

품바라는 말은 참 정겹다.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친숙한 실존 인물이다. 그 모양새가 특이해 더욱 살갑다. 차림은 누더기에 벙거지를 눌러쓰고 있다. 찌그러진 깡통을 달랑 메고 있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품바는 장타령꾼을 낮춰 부르는 각설이의 요즘 말이다. 옛날 장이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동냥을 하던 사람을 말한다. 삼십년 전쯤까지만 해도 흔히 각설이로 불렸다. 풍자와 해학 가득한 품바 타령은 민초들의 울분과 억울함 등을 한으로 뿜어냈다.

동시에 구경꾼들에 웃음 통로였다.

현재 품바의 본고장은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출신 김시라(2001년 2월 작고)가 품바를 공연 형식으로 극화해 유명해졌다. 그러나 무안 못지않게 음성도 품바의 고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음성군은 매년 전국품바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 벌써 14회째다. 무안품바축제보다 훨씬 앞선다. 오늘날의 꽃동네를 있게 한 최귀동 할아버지의 인류애와 박애정신을 기리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거지 성자'로 불렸다. 40여년 동안 음성 무극천 다리 밑 움막에서 걸인으로 생활했다. 그러면서 거지들을 병간호하고 보살폈다. 그의 헌신적인 사랑 정신은 오웅진 신부 등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인 음성꽃동네 설립으로 꽃을 피웠다.

음성군은 이런 고귀한 뜻을 기려 2000년부터 해마다 품바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을 제정했다. 결국 음성품바는 사랑과 박애의 품바인 셈이다. 돋보이는 해학과 풍자가 있어 더 매력적이다.
 
세태 반영하는 소통 품바다

품바는 객석의 구경꾼을 무대로 불러올리는 힘을 갖고 있다. 구경꾼은 함께 춤을 추면서 단번에 품바가 된다. 박수치며 동조하는 일순간에 품바와 일심동체가 된다. 시종일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품바의 말솜씨는 압권이다. 곱씹어 보면 웃음과 함께 탄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품바는 분명히 신명 한 판, 풍자 한 판이다. 그리고 감동 한 판이다.

품바는 그때그때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사설과 타령을 조금씩 바꾼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세태를 반영해 소통한다. 그래서 품바는 소통의 대명사다. 올해 왔던 음성품바가 내년에 또 와야 하는 까닭도 여기 있다. 내년에도 걸쭉한 입담과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유쾌함과 상쾌함, 통쾌함을 선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성품바축제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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