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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기 - 베트남의 숨은 진주 '다낭'

지루한 시간을 줄여준 월남참전용사

  • 웹출고시간2012.03.04 22:04:2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본보 윤기윤 기자는 지난 2월 베트남 다낭과 호이안, 후에를 4박6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보통 베트남 여행은 북부 하노이와 하롱베이, 남부 호치민이 유명하다. 이번에는 베트남의 진주라 불리는 중부 도시를 중심으로 베트남 여행기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베트남 다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시간이다. 좁은 이코노미 클래스에 옴짝달싹 못하고 5시간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지루한 5시간을 1시간처럼 짧게 느낀 것은 바로 옆 좌석에 탄 월남참전용사 덕분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한우(70)씨다. 48년 전 '백마부대' 9사단 30연대 2대대 7중대 1소대 1분대 소속이었다. 자녀들이 칠순기념으로 유럽을 다녀오라 권했지만, 그의 선택은 뜻밖에 베트남이었다.

"그냥, 죽기 전에 꼭 한 번 다시 와 보고 싶었거든."

그는 다낭에 도착할 때까지 과거 베트남의 추억담을 들려주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베트남으로 출발하기 전, 한국에서의 무지막지한 훈련과정부터였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이었는데, 그래도 고기반찬에 밥도 푸짐하게 주었지."라며 회상했다. 막상 베트남에 도착해서 전투보다 더 힘든 것은 참호를 파는 일과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두려움이었다고 한다.


어둠속에서 베트남 다낭거리의 불빛이 보이자, 고개를 빼고 창문 아래의 풍경을 빨려들 듯 내려다보았다. 한국시간으로는 벌써 새벽이건만, 시계는 이제 막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툼한 겨울 옷차림의 일행들은 다낭공항의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땀에 젖어 들고 있었다. 베트남 다낭은 이제 막 봄을 지나, 여름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마중 나온 현지 가이드가 전했다.

시클로를 타고 도는 다낭의 거리


새벽, 다낭의 거리는 지나치게 한적해 낯설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재가 '한국'이라면, 베트남 '다낭'은 느릿느릿 유영하듯 흘러가 버린 과거다. 그래서 다낭의 시간은 헐겁고 느슨해 보인다. 공산국가라는 딱딱한 선입관도 선량한 미소와 호의적인 몸짓에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베트남에서 가장 흔한 풍경은 바로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와 자전거 행렬이다. 다낭은 흔히 도둑, 문맹자, 극빈자, 거지, 마약소지자가 없어 오무(五無)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15세기까지 강성했던 참파 왕국의 거점이었던 베트남 중부 최대의 상업도시가 다낭인 것이다. 다낭 여행의 첫 번째 즐거움은 단연 씨클로(자전거 택시)를 타고 시내를 유람하는 것이었다. 느릿느릿 굴러가는 시클로에서 맞닥뜨린 다낭의 도심풍경이 저절로 몸으로 흘러든다. 특이한 것은 젊은 남자들이 어둑한 카페에 앉아 바깥풍경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멍카페(멍하니 앉아있는 카페)'다. 베트남의 남자들은 하루 종일 카페나 노점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퇴근 무렵이면 직장에 나간 아내를 태우러 주로 오토바이로 이동한다고 한다. 전쟁이 많아 주로 출정 상태에 있었던 베트남의 남자들은 일에 관여하지 않았던 탓에 전쟁이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그 습성이 남아있다고 한다. 시클로는 시내를 돌다 '다낭성당'에서 멈추었다. 1923년 프랑스인들이 세운 성당이다. 닭 모양의 풍향계가 지붕에서 팽팽 돌아가고, 분홍색 외벽이 독특했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진 성당 내부 유리창도 다분히 인상적이다. 시클로의 시내일주는 송차반도에서 호이안까지 길게 뻗어있는 '논느억' 해변으로 다시 접어들면 끝나는 것이다.

현지 가이드는 "시클로 운전자들은 베트남인중 가장 하층민"이라고 설명한다. 내가 탄 시클로 운전자는 마치 주인을 섬기는 하인처럼 극진했다. 잠시 다낭성당을 다녀오는 동안에도 푹신한 의자 받침을 접어놨다, 손님이 돌아오면 다시 재빨리 펼쳐주는 것이다. 햇볕에 좌석이 뜨거워질까봐 염려한 배려였다. 마음씀씀이가 고마워 보통은 팁으로 1불을 준다지만, 2불을 줬더니 그의 얼굴에 금방 화색이 돈다.


점심으로 다낭의 쌀국수를 찾았다. 베트남 중부의 쌀국수 특징은 걸쭉한 국물이다. 우리나라의 비빔면(국물이 조금 있는)과 흡사했다. 베트남 특유의 향이 감돌았지만, 비교적 우리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쌀 누룽지를 국물에 적셔 먹는 방식이 색달랐고, 고명으로 얹어 나온 해물과 소고기의 식감이 향긋했다.

마블 마운틴, 참족 조각박물관

다낭의 한강

다낭은 한강(Song Han)을 중심으로 서쪽방면에 시가지와 주요 관광지가 몰려있다. 시내는 규모가 작아 관광으로는 한나절이면 충분하지만, 여행자들에게는 발길 닿는 모든 곳이 볼거리다. 길거리 노점에서 산 망고스틱(5불에 약 20개 정도)의 맛이 꽤나 달콤했다.


참족 조각박물관은 기원전 2세기부터 17세기까지 존속했던 참파왕국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박물관에는 고대 조각들이 대부분인데 신비로우면서도 정교한 조각 솜씨가 일품이다. 하지만 대부분 외부침략으로 유출되고 전시된 유물조차 여기저기 깨어지고 흠집이 많아 온전한 것이 드물었다. 참파 왕조의 종교가 힌두교인 까닭일까. 작품에는 유독 소와 코끼리가 많이 등장한다. 석조조각 약 3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 힌두교 시바신(神)을 형상화한 조각품이 가장 유명한데 다행스럽게도 '시바신상(像)'은 깨끗하게 보전되어 있었다.


시내에서 차를 타고 약 20분이면 갈 수 있는 오행산 역시 대표적인 다낭의 관광지다. 이름처럼 나무(木), 물(水), 불(火), 쇠(金), 땅(地)을 관장하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의미에서 오행산이다. 흔히 마블산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산 전체가 대리석이기 때문이다. 입구 상점마다에는 대리석을 가공해 만든 작품이 지천이다. 5개 산 중에서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투이손산인데, 특히 이곳 전망대에서 보는 마을과 산들의 풍경은 우리나라 산수화와 같은 친근함을 주었다.

'논느억' 해변에는 다낭에서 유일한 한국 음식점 '산해진미'가 있다. 그곳에서 얼큰한 된장찌개로 더부룩한 속을 달랬다. 해질녘 하나둘씩 항구로 모여드는 고기잡이배 뒤로 석양이 펼쳐지는 정경이 가슴 따뜻하다. 포구의 귀향은 이국에서도 어쩐지 정겨움을 자아낸다. 이곳 다낭의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해변 모래사장에 모여 어두워질 때까지 공을 찬다. 베트남에서의 첫 날 밤이 깊어갔다. 바닷바람이 수런거리자, 온 몸의 숨구멍이 바람에 열렸다. 내일이면 만나게 될 '호이안과 후에'의 모습은 어떨까· 설레는 마음이 멀리 파도의 포말과 함께 밀려들었다.

◇ 가는 길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다낭구간 직항 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약 5시간 걸린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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