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중견 작가 2인 2색 개인전

'쓰레기에 새 옷을' 이종관 브리콜라쥬
'한땀한땀 새긴 백두대간' 김준권 판화전

2024.04.23 09:44:11

[충북일보] 저마다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구현해 온 충북지역 작가들의 2인 2색 개인전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충북갤러리에서는 '이종관의 Bricolage(브리콜라쥬)'가 열리고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판화가 김준권 작가의 '백두대간에 서다'가 열린다. 버려진 쓰레기가 예술 작품으로 환골탈태한 모습과 채묵·수묵·유성 목판화의 서로 다른 특징 등을 감상하며 색다른 예술 세계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이종관의 Bricolage(브리콜라쥬)

충북갤러리(서울 인사아트센터 2층)는 오는 29일까지 2024년 정기대관 여덟 번째 전시로 설치미술가 이종관 작가의 개인전 '이종관의 Bricolage(브리콜라쥬)'를 개최한다.

이종관 작가는 공주사대 미술과를 졸업하고 인도 비스바 바라티 대학교(Visva Bharati University)에서 수학한 후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청주시립미술관, 서울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비롯해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수많은 단체전에도 참여한 중견 작가다.

이 작가는 그간 약 30여 개국을 여행하며 버려진 쓰레기를 수집해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서 버려진 쓰레기, 폐기물, 잡동사니 사물들을 선별해 줍고 소중히 그러모아 다시금 전시장 안에 펼쳐 놓는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작업의 결과로 얻은 21점의 입체 작품을 선보인다.

중남미, 아프리카, 인도 등에서 상당 기간 거주한 이 작가는 해외 체류기간 수집한 것(things)들로 자신이 머물고 지나온 곳들의 관찰·기록 과정을 새로운 형태로 변환해 보여준다.

작가는 그저 소비되고 버려질 뿐인 삶의 조각들과 하나하나 사연이 담겨 있을 것 같은 파편들을 모아 연결시키며 새로운 시공간에 재배치해 또 다른 관계 맺음을 기다리고 있다.

전시장 한켠에는 마네킹이 서 있다. 이 마네킹은 원피스를 입은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은 각양각색의 주워 모은 스카프들이 마네킹에 걸쳐져 있다.

켜켜이 겹쳐있는 스카프들에는 통일성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단순히 스카프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스카프와 얽힌 작가의 경험을 수집했다고 설명한다.

이 작가는 "작업에만 매진하기 위해 교단을 떠나 날아간 남미에서 그곳의 삶을 사는 현지인들, 떠돌이 집시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함께 생활하며 그들과 동화돼 갔다"며 "그들은 매일 다양한 색깔의 천을 꼬거나 이어서 작은 수공품들을 만들었고, 그것을 팔아 딱 하루 먹을 양식 분량만 벌면 만족하고 더 이상을 탐하지도 남의 것을 욕심내지도 않았다"고 자신만의 소박한 예술관을 드러냈다.

충북갤러리에서 열리는 브리콜라쥬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충북문화재단 누리집(www.cbartgallery.com)을 참고하거나 전시운영TF(070-4224-6240)로 문의하면 된다.
◇김준권 판화가 40주년 기념전

김준권 판화가의 지난 40년 간 화업 인생을 기념하는 전시를 청남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오는 20일부터 6월 23일까지 김준권 판화가 특별 초대전 '백두대간에 서다'가 열린다.

김준권 작가는 백두대간을 새긴 수묵 판화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장이었던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 걸린 '山韻(산운)-0901'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목판화를 중심으로 작업을 해 왔다. 1980년대에는 한국 현실에 사회적으로 기능하는 민중미술을, 1990년대에는 전국을 답사하면서 국토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애잔한 눈으로 관찰한 리얼리즘적 풍경을, 이후 1980년대부터 한국-일본-중국의 전통적인 목판화를 연구한 뒤 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종합한 수묵, 채묵 목판화를 만들어냈다. 판화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스밈의 미감'이 매력적이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의 화업 40년을 기념하는 전국 순회전 중 세 번째 전시다. 작가는 지난 3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를 시작으로 전북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 청주 청남대를 거쳐 가을께 부산과 전주까지 총 5회의 전시를 통해 전국의 다양한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청주 전시에서 김 작가는 지난해 청남대 개방 20주년이었던 것과 발맞춰 최근 20년간 제작한 대표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가 지난 20여 년간 백두대간을 답사하면서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채묵·수묵·유성 목판화 작품으로 구성된다. 남쪽 가파도 보리밭과 영암 월출산으로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오르며 휴전선에 이르는 걸음의 서정이자, 요동-백두산-압록(두만)강에서 바라본 북녘 산천까지를 아우른 대장정의 감성적 서사적 보고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중 특히 채묵·수묵목판화가 묘미다. 색채가 있는 채묵(동양화 안료)과 무채색의 수묵(먹)을 따로, 때로는 함께 구사하면서 이루어낸 '스밈의 미감'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조선적이되 현대적이기도 하다. 프린팅을 통해 한지에 스며든 수성이 잘 건조가 돼서 가슬가슬한 질감의 묘한 매력을 보인다. 붓질이 아닌 프린팅 압력에 의한 동양화 안료물성의 자연스러움도 선비 서재의 절제된 향취처럼 자연스러운 문인화적 품격을 배태한다.

이와는 달리 유성목판화는 재료와 기법 특성상 그 색채가 강렬하다. 차갑게 관찰하고 분석한 국토에서 이웃들의 삶의 모습을 냉철하게 드러낸다. 남쪽 가파도에서부터 휴전선을 아우르다가 북한땅을 건너뛰어 요동에서 본 북녘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강조한 안료의 집적이 발색하는 시각적 힘은 풍경의 사실성을 훨씬 더 증폭시킨다.

김 작가는 "화업 40주년을 기념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전시를 열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특별한 곳이 청남대"라며 "가장 아름다운 4월의 청남대를 관람하고 작품도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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