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유연한 시간사용에 대한 생각

2024.04.14 13:53:22

김장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

매년 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서울대 경영대 김난도 교수는 금년도 트렌드 중 하나로 '분초 사회'를 제시하였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더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이 직장인들이 하루의 시간을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는 각 회사의 근무제도에 따라 제약을 받게 된다. 유연한 근무제도는 "정형화된 근무 형태에서 탈피하여 근무장소나 근무시간 및 근무 형태를 다양화하여 직장인의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소속감을 제고하려는 조직관리제도"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유연근무제도 중 하나인 재택근무제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입한 사업장이 크게 늘었으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재택근무 활용 근로자 수는 96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4.4%였다. 코로나 이후에는 기업들이 현장 근무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전면 재택근무에서 주 1회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LG유플러스는 주 2회에서 주 1회로 재택근무를 축소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은 재택근무를 아예 폐지했다고 한다. 미국의 디즈니는 주 2회이던 재택근무 횟수를 올해 들어 주 1회로 줄였고,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출근해 매주 최소 40시간 근무해야 한다고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스탠퍼드대 등이 2022년 4~5월, 34개국 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일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의 월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1.6일로 세계 34개국 가운데 가장 적었고, 일본 2일, 대만 2.8일, 중국 3.2일, 싱가포르 3.6일 등이며, 캐나다 6.8일, 영국 6일, 미국 5.6일, 호주 5.2일 등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과 만족도 향상, 출퇴근 부담 경감, 경력 단절 예방, 일·생활 균형 실현 등의 장점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공간 운영비 등 비용 절감, 숙련인력 이직 방지, 기업 경쟁력 상승, 우수인력 유치 등의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직원들은 재택근무가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조직의 경영진에서는 생산성 저하와 의사소통 곤란, 일과 휴식의 경계 모호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재택근무 근로자의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자보다 18% 낮다는 연구도 있으나, 하이브리드근무의 경우에는 생산성을 낮추지 않거나 오히려 올린다는 다른 연구 결과도 나온다. 근로자의 학력과 숙련도, 업종과 분야, 국적에 따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양극화된다는 연구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 상황 등을 고려하여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도를 새로운 근무 형태의 하나로 보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기업에서는 주 4일제 근무의 도입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포스코, 삼성전자, SK그룹 등에서도 격주 또는 월 1회 주 4일제를 시행하기로 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유연근무제도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업무의 적합도와 조직의 생산성에 대한 영향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아울러 경영진이나 관리자는 유연근무제도를 새로운 근무 형태의 하나로 보려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하고, 성과 중심의 데이터 기반 경영이 가능하도록 조직문화도 개선되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이 향상되고 조직의 성과도 동시에 제고될 수 있는 방향으로 유연근무제도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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