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정치 살리는 활표(活票)여야

2024.04.08 17:07:46

[충북일보] 사전투표를 하지 못했다. 배달된 선거투표안내문을 들여다본다. 누가 적당한 후보일까. 선거호객행위에 휘둘린 건 아닐까. 불편부당·무편무당이 가능할까. 가슴이 저리고 아리다.

*** 유권자 투표권은 한 장이다

4·10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를 기록했다. 민주주의 국가는 대의정치를 운영한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물론 투표율이 높다고 정치 수준이 높은 건 아니다. 그러나 유권자의 투표 포기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먼저 정치의 전횡과 타락을 부추길 수 있다. 적은 유권자의 선택이 만든 나쁜 결과다.

22대 국회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4년 내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모습은 없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 대결도 마찬가지다. 정책이라고 해 봐야 당리당략을 위한 것들뿐이었다. 타락의 정도가 뭔지 보여주며 정치혐오를 부추겼다. 모든 걸 아전인수로 해석하며 국민을 무시했다. 4년을 그렇게 보내고 또 표를 달라한다.

그럼에도 어쩌나.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할 수 없다. 선택할 후보가 없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덜 나쁜 사람을 찍는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최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이다.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건 이런 심리의 반영이다. 이렇든 저렇든 나쁘지는 않다. 민주 시민으로서 선거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적격 후보들이 물러나지 않고 있다. 끝까지 완주할 태세다. 마지막 남은 응징 수단은 투표 밖에 없다. 흠결이 많아도 특정당 후보면 된다는 등식을 깨줘야 한다. 오만함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국민의식을 각성해야 한다. 흠결 후보에 대한 심판을 본투표에서 해줘야 한다. 그래야 정치판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참 이상하다. 마치 비호감의 각축전 같다. 그런데도 어떤 후보도 자신의 윤리적 결함을 드러내놓고 사과하지 않는다. 기대를 모을만한 발언도 하지 않는다. 되레 상대방의 결함만을 더 강조하고 있다. 정책 경쟁은 아예 없다. 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 논쟁은 실종됐다. 그저 심판과 타도만 난무하고 있다.

아직까지 지지할 후보나 정당을 찾지 못했다는 유권자가 많다. 투표할 엄두가 도무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차라리 투표를 보이콧하고 싶다고 한다. 그것으로 유권자로서 내 의사를 표시하겠다고 한다. 그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만큼 이번 총선이 유권자에게 선택의 불편함을 느끼게 한 탓이다. 이해가는 대목이다.

이번 총선 결과가 궁금하다. 또 한 차례 세상을 놀라게 할 지 기대된다. 유권자 한 명 한 명이 훗날 정치 생태계를 바꿀 꿈을 꿔야 한다. 그럴만한 후보를 고르고 골라봐야 한다. 설사 당선권에 들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몇 표나 몇 퍼센트 지지를 얻는 게 다는 아니다. 유권자 국민에게 투표권이 한 장뿐인 게 아쉽다.
 
***바른 선택으로 미래 바꿔야

투표는 미래를 위한 정치적 투자다. 조금만 국민을 생각하면 정치가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국회의원은 이렇게 힘든 일들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일을 해낼 후보자가 내 지역구에 있는 걸까. 있다면 누구일까. 그런 후보자의 진면목을 제대로 가려내 보려한다. 휘황한 마이크의 호객행위에 현혹되지 않으려 한다.

집으로 배달된 선거투표안내문을 다시 들여다본다. 각 정당 후보들의 주장과 이력이 인쇄된 홍보물이 보인다. 하나하나 들춰본다. 훗날 정치생태계를 바꿀 만한 인물이 있나 살펴본다. 설사 당선권에 들지 못할지라도 좋다. 바른 인물을 골라보려 해본다. 황폐한 정치생태계를 되살리는 활표(活票) 역할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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