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의 말 말 말

2024.04.01 16:27:04

[충북일보] 4·10총선이 코앞이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도 닷새가 지났다. 후보마다 자기 색깔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다. 때론 공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막말도 나온다. 선거 기상도가 흐릿하다.

*** 심판 대상이 불분명하다

지난주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 막이 올랐다. 색깔 드러내기가 선거의 기세로 굳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전면에 내걸었다. 민주당은 거침없다. 비례정당(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세우고 나간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힘 공격도 만만찮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악착같다. 윤석열 대통령 때리기에 노골적이다.

국민의힘은 거야 심판을 맨 앞에 내걸었다. 이번 총선을 거야 심판과 민생 회복의 시작점으로 규정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국정 발목잡기를 성토하고 있다. 피고인 신분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심판을 주장한다. 국회 입성을 막아야 한다는 명·국(이재명·조국) 심판론이다.

민주당 우호 세력의 열망은 아주 뚜렷하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복원되길 원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희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신당 대표에 대한 심판이다. 유권자 선택의 작동 조건도 명확하다. 기억의 소환·재생이다. 다음은 까발림이다. 몰염치, 위선, 불공정의 환기를 위해서다.

그러나 쉽지 않다. 말을 할 때마다 모순이란 걸 들키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외치는 공정과 정의는 국민을 위하는 게 아니다. 자기 이익을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 서로에게 전가하는 내로남불이다. 국민 편 가르기를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어떨 땐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수호자처럼 포장하곤 한다. 아전인수다.

자극적 말은 지지층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유권자들을 빠르게 결속시킨다. 여론조사가 그런 흐름을 반영한다. 하지만 판세 조사는 응답 표본의 편향성이 강하다. 잘 들어맞지 않는다. 선거의 본능은 해체다. 기존 정치판 깨뜨리기다. 해체의 절정은 심판이다. 그런데 심판론이 주춤한다. 심판대상이 불분명한 탓이다.

영국의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되뇌어본다. 유권자는 그른 걸 그르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바뀐다. 오롯이 유권자만 할 수 있다. 공정과 정의는 공짜로 얻는 게 아니다. 얻으려면 유권자가 현실을 바로 보고, 진실을 알아야 한다. 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울 뿐이다. 유권자의 방관이 악의 승리를 돕는다.

*** 시원한 감동이 없는 막말

정치인들은 말로 먹고산다. 입을 잘 놀리고 말에 능숙하다. 언변이 좋아야 정치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말 한마디로 대중을 휘어잡기도 한다. 때론 촌철살인의 기술로 능력 있는 정치인으로 간주된다. 다변(多辯)과 능변(能辯)이 정치인의 필수요소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입이 곧 생존도구인 셈이다. 그러나 말의 선의는 절제될 때 발휘된다. 말이 잦으면 화를 입기 쉽다. 내 속만 시원하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을 속인 후보들을 심판해야 한다. 세상이 위험해지는 건 악을 보고 방관한 사람들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선한 유권자가 제대로 행동하지 않은 탓이다. 이번 선거에선 그러지 말아야 한다. 달변이 꼭 정치의 전부는 아니다. 다언삭궁(多言數窮)이라고 했다. 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해지기 쉽다. 막말이 대표적이다. 정치가는 때로 침묵할 줄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건 국민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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