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의 구설 언제까지

2023.12.18 17:57:02

[충북일보] 김영환 충북지사가 또 구설에 휘말렸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이번엔 부적절한 금전거래 의혹이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을 떠올리게 한다. 안타깝다.

***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김 지사가 즉각 해명에 나서 불법행위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지사의 해명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김 지사는 위법을 논하기 전에 갖춰야 할 게 있다. 공직자의 행동은 최소한의 윤리의식에 기초해야 한다. 일말의 의혹 가능성이 있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다. 공직자가 참외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면 참외를 훔친 게 된다. 그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규범의식이다. 신발을 고쳐 신었지만 참외를 훔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니 한 번 다퉈보자는 식의 항변은 씁쓸하다. 공직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오비이락도 다르지 않다. 공직이란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다. 조금이라도 의심받을 짓을 하면 안 된다. 그것만으로 이미 공직자 자격을 의심받는다.

김 지사는 충북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도백이다. 그런데 김 지사를 바라보는 도민 시선이 곱지 않다. 당연하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구설 때문이다. 김 지사는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지사라는 이유로 어떤 혜택을 받아선 안 된다. 당연히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런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이번 일은 "몰랐다." "억울하다." 이런 해명이나 항변으로 끝날 일이 결코 아니다. 물론 김 지사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인·허가 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아무리 본인이 당당하더라도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일이다. 설득력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 물론 충북도 감사관실이 김 지사와 관련 업체 사이에 이해충돌 관련성이 없음을 확인해줬다.

하지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김 지사의 부적절한 돈거래 의혹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식적인 금전거래보다 더 큰 문제는 이해충돌 논란"이라며 "수사당국은 김 지사의 의혹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지사는 오해라고 했다. 정말 오해였던 건지, 역시나 그랬던 건지는 두고 보면 드러날 일이다. 먼저 김 지사 스스로 불필요한 행동을 한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김 지사의 언행은 그동안 많은 오해를 일으켰다. 논란의 소지를 제공했다. 누구든 진정 오해를 샀다면 설득력 있는 해명과 수습을 해야 한다. 그 게 상식이다. 김 지사는 이번 기회에·'과전이하'의 교훈을 곱씹어야 할 것 같다.

*** 이제 수처작주 입처개진

김 지사의 위기 극복 동력은 도민의 신뢰뿐이다. 그리고 스스로 크게 달라지는 방법 외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건 참 힘들다. 사회는 남의 실수에 대해 관용적이지 않다. 그러니 대부분 내 잘못이 아니라는 구실과 정황을 동원하기 바쁘다. 누군가를 희생양 삼기에 골몰한다. "내 탓이오"를 외치지 못한다.

민초들이야 그렇다 치자. 공직자는 다르다. 특히 김 지사는 달라야 한다. 도민 혈세로 일을 하는 만큼 명확히 책임져야 순리다. 책임을 피하는 건 곧 스스로 일의 주인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주인이길 포기하는 사람에게 충북을 책임져달라고 할 순 없다. 김 지사가 내로남불 지사가 안 되길 소망한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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