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단상

2023.11.13 16:44:37

[충북일보] 붉게 물든 서녘의 노을이 아름답다. 물 빠진 갯벌의 갯골은 더 아름답다.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마저 아름답다. 모두 11월이 빚어내는 자연 풍경이다. 사라져 가는 아름다움이다.

*** 힐링의 기운 느끼게 하는 호수

11월 들어 두 번째 주말이 지났다. 초겨울 날씨가 서둘러 찾아왔다. 전국 곳곳이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그래도 전국 유명산과 관광지에는 나들이 인파가 몰렸다.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8천500여명의 탐방객이 찾았다. 도내 다른 유명산도 북적댔다. 옛 대통령 전용 휴양시설인 청남대에는 4천300여명이 방문했다.

여름 같던 가을이 빨리도 지났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단풍은 이미 낙엽으로 변했다. 쌀쌀한 기운에 코끝이 시리다. 이른 새벽 여명 속에 대청호로 간다. 잔잔한 수면 위로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물에 잠긴 버드나무 두 그루가 매혹적이다. 호수가 데칼코마니 풍경을 빚어낸다. 대청군도 너머로 붉은 해가 올라온다. 호수의 풍경이 시시각각 바뀐다. 빛이 시작되니 공간이 드러난다.

하늘하늘 억새가 흔들린다. 서걱서걱 갈대가 소리를 낸다. 여기저기서 대청호 가을이 흔들린다. 대청호는 금강 물줄기를 막아 만들었다. 이름도 대전과 청주의 앞 글자를 따내 지었다. 둘레가 약 220㎞에 이른다. 등산로와 산성길, 임도, 옛길 등이 있다. 걸어서 둘러보기에 그만이다. 때론 호수 주위를 따라 억새와 갈대가 군락을 이룬다. 흰 억새 뒤로는 갈색의 갈대들이 하늘거린다. 참 예쁘다.

대청호는 어머니 같다. 생명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농토를 적시는 젖줄이기도 하다. 웬만한 가뭄엔 물 걱정 하지 않게 한다. 한때는 금단의 땅이었다. 군사 정권 시절 대통령 별장이 들어섰다. 청남대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런 대청호가 속살을 드러낸 지가 그새 20년이다. 호수의 물줄기를 따라 끊어진 길이 이어졌다. 그 길 열리며 사람들을 맞았다. 아름다운 환영이다.

대청호는 푸른 물줄기에 많은 걸 품고 있다. 일단 물과 산이 어우러져 수려하다. 자연경관이 신비에 가깝다. 진경산수화가 따로 없다. 길 곳곳엔 고즈넉한 농촌 풍경과 자연이 살아 숨 쉰다. 선조들의 온기가 남아있는 문화 유적지도 많다. 봄 여름 가을 예쁜 들꽃들이 춤을 춘다. 호수는 신선하고 고운 빛으로 넘실거린다. 은빛의 물결에는 찬란함이 가득하다. 힐링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호수다.

이즈음엔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걷는 맛이 쏠쏠하다. 복잡한 해안선과 같은 리아시스식 호안이 펼쳐지는 길도 좋다. 호수 위엔 군데군데 작은 섬들이 떠있다. 대청호가 내륙의 바다란 말에 절로 수긍이 간다. 큰 감사다.

***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중심지

거짓말처럼 겨울이 찾아온다. 짧은 가을이 늘 아쉽기만 하다. 단풍마저 제 빛을 잃는 나날이다. 물론 아직 가을이 다 간 건 아니다. 끝나지 않았다. 적어도 가을의 마지막 순간은 눈에 담을 수 있다. 깊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만추의 순간들은 짧다. 하지만 아주 강렬해서 오래오래 기억된다.

대청호에도 만추의 시간이 지난다. 설렘은 기대감에서 온다. 누구나 대청호란 소리를 들었을 때 두근거리게 해야 한다. 대청호는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중심지다. 반대론자들의 의견을 존중하되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위대한 유산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냥 오지 않는다. 상상 초월의 혁신으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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