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의원의 '청주침묵'

2018.08.13 18:09:37

ⓒ함우석주필
[충북일보] 묵묵부답(默默不答)이 유행이다.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침묵(沈默)을 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오랜 침묵 뒤에 무슨 말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

*** 세종역 백지화 빨리 외쳐야

북한의 석탄 수입 의혹은 날로 커지고 있다. 허술한 과정과 절차가 의혹을 키우고 있다. 여권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침묵의 이유가 더 궁금해진다.

'드루킹'의 최측근 변호사는 두 번째 영장심사에서도 말이 없었다. '삼성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돼 검찰에 출석한 전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석방 후 지금까지 묵언수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세종)이 지난 10일 청주를 찾았다. 당권 도전을 위한 충북합동연설회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평소와 달리 KTX세종역 설치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청주에 머무는 동안 시종일관 그랬다.

이 의원은 평소 직설 화법으로 유명하다. 까칠하고 깐깐한 스타일로 대중을 자극하곤 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중부고속도로 확장과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등 충북 숙원사업에 대한 지지 의사만 밝혔다. 이례적이어서 궁금증을 키웠다.

이 의원은 세종을 지역구로 한다. 그만큼 세종역 신설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총선 땐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합동연설회에선 세종역을 언급하지 않았다. 얼마 전 TV토론회에서 세종역 신설 추진을 약속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세종역 신설은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이 의원이 다시 불씨를 당겼다. 이후 충북과 세종은 꾸준히 마찰을 빚어왔다. 충북은 오송역 위상 약화와 세종시 출범 취지를 벗어난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이 의원의 '청주침묵'은 이런 충북 정서와 연관돼 있다. 그리고 얼마 뒤 있을 당 대표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충북민심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 의원의 의지인 셈이다. 하지만 이 의원의 이런 침묵은 세종역 신설 의지로 읽힌다.

세종역 신설로 얻을 건 별로 없다. 서울서 출퇴근 하는 행정도시 공무원들의 편리 외엔 별로 없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도 역행한다. 경제성도 매우 미흡(BC 0.59)하다. 무엇보다 역 설치에 따른 실익이 미미하다.

그러나 세종시의 세종역 신설 주장은 충청권 분열의 단초가 됐다.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해묵은 논쟁거리가 됐다. 그 사이 대외적으론 충청권 갈등으로 비쳐졌다. 이제 갈등을 접고 충청권 상생과 공조 체제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무책임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세종역 백지화를 당론으로 정해 분란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 침묵이 길면 길수록 충북의 의심은 커진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태도는 충북의 소리를 듣지 않는 오만한 태도로 비쳐진다. 물론 누구나 첫 단추를 잘못 꿸 수 있다. 중요한 건 이제라도 새롭게 풀고 다시 채우는 일이다. 옳은 단추는 당연히 세종역 백지화다.

*** 세종역이 정치적 족쇄될 수도

이 의원의 '청주침묵'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그동안 주장해온 자신의 가치를 방기하는 태도다. 차라리 "나는 세종역을 설치할 거야"라고 밝히는 게 떳떳하다. 물론 과오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일이 훨씬 더 값지다.

이 의원은 실기하기 전에 책임 있게 나서 해명해야 한다. 유야무야 할 일이 아니다. 때론 무거운 침묵도 필요하다. 침묵으로도 충분히 알리고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의원에겐 침묵의 깨짐이 필요하다.

세종역은 자칫 이 의원의 정치이력에 흠결 하나 더 추가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정치이력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이 의원의 빠른 결정이 중요하다. 더 이상 시간 끌기는 의미 없다.

때론 길을 잃어야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이 의원이 침묵을 깨고 소통해야 모든 게 해결된다. 자발적 외침이 상황을 바꾸고 개선할 수 있다. 커튼 뒤에 가려진 밤은 무섭다. 하지만 걷어내면 가슴에 와 닿아 공명한다.

충북의 민심은 점점 더 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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