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대망론' 효시, 永眠하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별세

2018.06.24 21:06:35

김종필(오른쪽)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8시 15분 별세했다. 향년 92세. 사진은 고(故) 김 전 총리가 지난 2015년 5월 14일 서울 신당동 자택을 찾은 본보 김동민 편집국장과 인터뷰하는 모습.

[충북일보] 2015년 5월 14일 오전 11시.

본보 취재진은 서울시 중구 신당동 자택에서 김종필(JP) 전 총리를 만났다.

당시 '구순(九旬)'의 JP는 매우 쓸쓸해 보였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았고, 말과 행동도 어눌했다.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왼손으로 악수를 나눌 정도의 김 전 총리의 행동은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같은 해 2월 21일 JP는 부인 박영옥(86) 여사를 잃었다. JP는 박 여사가 2014년 가을 입원한 후 매일 병원에 들러 간호를 하는 등 '순애보'를 보여줬다.

지난 2008년 뇌졸증으로 쓰러져 오른쪽 팔과 다리가 불편했던 JP는 아마도 부인의 잃고 총기(聰氣)마저 잃은 듯 했다.

본보 취재진은 당시 JP에게 충청 정치의 길을 물었다.

특히 충청 출신 국무총리를 8번(JP 2번)이나 배출하고 아직까지 단 1명의 국무총리를 배출하지 못한 '충북 정치'의 미래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취재진이 JP의 자택을 방문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충청대망론의 한 축이었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검찰에 소환된 날이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JP의 일대기 사진을 담은 화보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JP는 이날 "한강에 배를 띄워놓고 충청의 옛 동지들과 봄꽃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30여 분의 짧은 본보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었다.

JP가 지난 23일 사망했다.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1926년생인 JP는 35세이던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에 가담한 뒤 초대 중앙정보부장 자리에 올랐다.

2년 뒤인 1963년 37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1980년 신군부 등장과 함께 영어의 신세가 됐고 미국으로 건너가 유랑생활을 한 후 7년의 야인 생활을 한 뒤 1987년 9월 정계에 돌아왔다.

마지막 정계은퇴는 2004년 4월이다. 당시 자민련이 총선에서 4석 확보에 그치면서 JP는 대패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대전·충남 기반으로 중앙 정치의 상징으로 평가됐던 JP는 충북도민들에게도 딱 한 번 가슴 뛰는 희망을 안겨준 시기가 있었다.

1993년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연합이 창당했다. JP가 총재였다.

2년 뒤인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은 충북 11개 시·군에서 주병덕 충북지사와 김현수 청주시장, 변종석 청원군수를 당선시켰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총 8개 지역구에서 5명(구천서·오용운·김선길·어준선·정우택)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는 11개 시·군 중 무려 6명(이원종·권희필·변종석·박완진·정상헌·김경회·김환묵)의 단체장을 배출했고, 2002년 3회 지방선거에서도 11개 시·군 중 3명(오효진·김경회·김문배)을 당선시켰다.

그러나 자민련은 쇠락을 길을 걸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2명(송광호·정우택)의 의원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이어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는 12개 시·군 중 5명의 단체장을 배출했지만, 이미 한나라당에 흡수된 상태였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충청을 기반으로 했던 자민련과 김종필 전 총리는 영·호남 패권주의 속에서 사실상 '충청대망론'의 효시가 됐던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제 김 전 총리가 잠들면서 충청 정치의 맹주는 사라졌다. 이제는 여전한 영·호남 중심의 정치에서 충청의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할 때"라고 전망했다.

/ 안순자·최범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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