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책은 고용 친화적이어야 한다

2018.01.16 20:41:07

[충북일보] '최저임금 인상'의 역습이 계속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영세점포의 수익성 악화와 해고 바람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 "임금 인상으로 기존 근로자에게는 소득 증대가 일어난다. 하지만 기존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결국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은 소득 창출의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 있다."

#2.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노동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생이나 각종 용역자 등과 같이 시간제로 일하는 이들이 직접적인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건물 청소 시간을 줄이거나 주말에는 청소를 하지 않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예측은 최저임금 인상 때 생길 수 있을 것이란 최악의 우려였다. 그런데 시행 20일도 안 돼 현실화 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때 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 퇴출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아이러니가 생기고 있다.

결국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되레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인건비 절감의 대안으로 무인계산기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셀프계산에 이어 셀프주유시스템의 보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빠르게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공인들은 직원을 줄이거나 상여금 및 복리 혜택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주차관리, 경비,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급등한 최저임금의 유탄을 맞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실직 사태가 대표적이다. 청주에서도 아파트 경비원들의 실직이 잇따른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그나마 살아남은 경비원들은 고용불안에 잠을 설치고 있다. 떠난 동료들의 일까지 떠맡아 이래저래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높아진 근무강도와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형편이 됐다.

최저임금은 소득을 늘려 소비증가를 불러오게 하려는 목적이 크다. 늘어난 소비가 다시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선순환은커녕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까지 부르고 있다.

최저임금은 10여 년 만에 최대치로 인상됐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차가운 겨울로 내몰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득이 되는 게 아니라 유탄이 돼 돌아오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를 살리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기 위한 고용주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결국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 외에는 해법이 없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신규 투자를 막는 곳곳의 기득권 장벽을 허물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수조건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기업의 투자 촉진과 경제 활성화에 혈안이 돼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생산시설의 자국 내 유턴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거나 노동규제를 완화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제도 개선을 외면한 채 노동의 조건만 강조해선 안 된다. 궁극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 한발씩 양보해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것은 물론 일자리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일자리 정책은 고용 친화적이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일자리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일자리의 질보단 양을 늘리는데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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