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좋은 집 - 청주 사천동 '콩가내'

2018.01.16 19:09:38

편집자

밥의 사전적 정의는 쌀, 보리 등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밥은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무언가를 씹을 수 있을 때부터 먹기 시작해 더 이상 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평생을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맛을 느끼는 미각은 개인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갓 지은 '밥'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한술 크게 떠 입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많게는 하루 세끼씩, 일생을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첨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뿐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충청북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최고 품질의 쌀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업소를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7년 현재까지 도내 127개소의 밥맛 좋은 집이 선정된 상태다. 그들이 밥맛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음식들과의 색다른 궁합을 만들어내는지 밥맛 좋은 집 대장정을 시작해본다.

밥맛 좋은 집 - 30. 청주 사천동 '콩가내'
[충북일보] 콩가내는 새벽마다 콩을 갈아낸다. 가게 이름에 걸맞게 콩을 가는 일은 해가 뜨기도 전 가게에 나와 두부를 만드는 김완기 대표의 첫 번째 일과다.

김 대표는 20년이 넘게 요식업에 종사했다. 다양한 메뉴를 섭렵한 뒤 지금의 메뉴에 정착한 것은 건강한 음식에 대한 갈증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웰빙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은 비단 김 대표 주변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사회적 분위기도 '웰빙'으로 흐르고 있었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봤다. 백발성성한 노년이 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김완기 대표가 가게 한편에 준비해둔 국내산 서리태와 녹두를 들어보이고 있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메뉴는 두부였다.

20여년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넘쳤던 그다. 대부분의 음식 맛을 보면 그 이상의 맛을 재현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뜨끈한 두부를 떠올렸다. 좋은 재료 (국내산 서리태100%)를 사용해 직접 두부를 만들면 그 뿐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기계를 사들이고 자신 있게 시작한 두부 만들기는 생각과 달랐다. 똑같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도 간수의 농도나 콩의 상태에 따라 두부의 완성도는 천차만별이었다.

선뜻 비법을 전수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무수히 많은 콩을 망치고 각양각색의 두부를 먹어가며 그만의 방식을 완성했다.

망가진 두부를 보며 돌아서고 싶을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보통 콩보다 어렵다는 서리태 두부를 특색 있는 모습으로 자신 있게 손님상에 올릴 수 있게 됐다.

두부에 대한 자신감은 새로운 메뉴 개발로 이어졌다. 오직 콩가내에 와야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함을 준비했다.

가게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검은콩 두부제조실과 그 너머에 있는 들깨칼국수 반죽실이 메뉴에 대한 신뢰를 더한다.

청주시 사천동에 위치한 콩가내 전경.

검은콩, 검은깨, 검은쌀로 반죽해 가게에서 직접 뽑은 생면은 콩가내의 자랑이다. 재료에서 짐작할 수 있듯 검은 면발을 씹으면 고소한 건강함이 듬뿍 묻어난다.

겨울을 책임지는 걸쭉한 들깨칼국수나, 여름이면 넓은 주차장을 가득 메우게 만든다는 서리태콩국수의 위력은 모두 직접 만드는 면과 국물의 조화에서 나온다.

콩가내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닭가슴살 샤브백숙코스도 인기다.

김 대표는 이전의 경험과 어릴 적 추억을 버무려 전국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코스를 만들었다. 이름부터 생소한 닭가슴살 샤브를 즐기고 나면 닭갈비집을 운영했던 경험에서 나온 비법 고추장 닭구이가 준비된다.

그 다음은 건강한 재료의 집약체라고 할 만큼 보양식으로 손색없는 능이인삼백숙이다. 마지막으로 맛볼 수 있는 녹두들깨찹쌀영양죽은 어릴 적 어머니의 특별 보양식에서 착안한 메뉴다.

녹두 닭백숙은 아버지가 밭에서 농약을 주고 오시면 어머니가 준비하셨던 메뉴다. 농약을 해독시키고 몸보신까지 한다는 가정상비약의 의미였다.

이런 보양식을 엉성한 재료로 준비할리 없다. 가게 한편에 가득 쌓인 포대자루에는 늘 국내산 녹두와 서리태가 가득 담겨있다.

차비도 안 나온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직접 반죽한 면을 뽑아내고 새벽마다 두부를 만드는 김 대표의 정성이 한 그릇 가득 마음에 담기기 때문일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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