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참사, 남성주의 사회의 사망방조"

'여초연합' 계획대로 서울서 시위 열어
반대 측 남성단체 회원과 충돌 빚기도
시민들, 취지는 공감 방법·표현은 우려

2018.01.14 19:33:31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제천 여성학살사건 공론화 시위'에 참석한 여성들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병조기자
[충북일보=제천] "제천 화재참사는 '여혐민국'의 산물이다."

지난 13일 오후 2시 20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걷고싶은거리 '여행무대'에는 마스크를 쓴 여성들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여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여초연합'이 주최하는 '제천 여성학살사건 공론화 시위'였다.

이날 모인 60여 명의 참가자들은 제천화재참사를 '여성학살사건'으로 규정하고 제천 스포츠센터 남성 건물주에 대한 엄벌과 소방당국의 피해자 신고 녹취록 공개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현 정부가 여성안전권 확보와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남자한정 대피통로, 여탕문은 왜 막았나', '제천참사는 남성주의 사회의 사망방조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2층 여탕 죽어갈 때 진입 않고 뭐했느냐', '재난 때도 여성들은 2순위냐', '여탕 몰카 줄줄인데 구조할 땐 내외하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진행자는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여자라도 그 날, 그 시간 제천 목욕탕에 가면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더 이상 여성들이 운이 좋아 살아남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서는 작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안티페미협회' 회원이 1인 반대 시위를 벌이려고 했지만 주최 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만일의 사태를 우려한 현장 경찰관들이 반대 측 회원의 귀가를 권고하며 상황은 일단락 됐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설치된 '제천 여성학살사건 공론화 시위' 현수막.

ⓒ강병조기자
안티페미협회 회원 유모씨는 "제천 화재를 여성혐오사건이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목욕탕 시설이 여혐으로 설계됐다는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선글라스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집회 도중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주최 측 안전 관계자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사진은 개인 신상과 깊이 연관된 부분이고,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방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제한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인근 시민들은 시위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지만 방법과 내용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합법적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말할 수 있다"라면서도 "아쉬운 점은 '여성혐오'나 '여성학살'이라는 자극적이고 과격한 표현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이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윤모(26)씨도 "같은 여성으로서 우리 사회에 여성차별적 요소가 남아있는 건 인정하지만 이번 시위의 주장은 다소 지나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제천화재참사가 얼마 지나지 않은일인 만큼 무엇보다 유족들의 아픔을 고려해 신중하게 행동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후 4시 30분까지 이어진 시위 현장에는 정보과 형사를 포함한 경찰관 5명이 동원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이곳에는 여성단체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며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강병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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