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2018.01.10 14:51:35

이상순

즐거운교회 담임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올 해의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속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달린다 해도 방향이 잘못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거나 바로 잡으려 해도 다른 이들보다 뒤처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조급함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접하고 있다. 수많은 사건, 사고는 모두 다 조급함이 원인이다. 그 결과가 때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범죄자를 양산하며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연말연시 종교계의 가장 큰 이슈는 종교인 과세문제다. 이전까지는 종교인에게 과세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에 논의가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소위 '무제한 비과세'와 '세무조사 제한'문제에 방점이 찍혀있는 형국이다.

'무제한 비과세'는 종교 활동비와 같은 급여가 아닌 업무추진비 성격의 비용에 대한 과세면제를, '세무조사 제한'은 해당 종교단체 운영비(종교인의 급여가 대상이 아님)가 적절하게 집행되고 있는가· 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제한 비과세의 철폐'와 운영비에 대한 '세무조사'가 종교활동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우선, 종교인 과세는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이른 듯하다.

성경에도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그들이 예수께 대하여 매우 놀랍게 여기더라(막12:17)"

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종교인 과세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들은 종교인 과세가 모든 종교인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과세 대상이 되는 종교인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과세가 세법의 적용을 받는 이상, 인적공제나 필요경비 공제에다 의료비, 보험료, 교육비 공제 등을 적용하면 가족 수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급여액이 200~300 만 원 이상이 되어야 과세 대상이 된다.

내가 속해 있는 개신교단만 본다면 실제 과세대상이 되는 목회자는 10% 미만에 불과할 것이다. 즉, 일부 대형교회나 기독단체의 목회자를 제회하면 90% 이상의 목회자는 무보수로 봉사하거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사례비)를 받는 목회자도 상당 수 있다. 이런 목회자들에게는 종교인 과세의 논란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음으로 '활동비'의 과세 제한과 '운영비'에 대한 세무조사도 종교의 자유와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이 지켜야할 법은 최소한의 도덕률이다. 그중에서도 교사나 사회적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에 반하여 종교인에게는 최고의 덕목이 요구되는 이유는 성직자(聖職者)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크게 비난 받지 않는 범죄가 종교인들의 경우에 사회적 분노를 유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럴 때 종교인들은 '성(聖)'의 범주에서 '속(俗)'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면 세법의 잣대를 통과하지 못할 금전적 문제라면 아무리 종교단체라 하더라도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기본적 의무이다. 금전적 문제에서 낮은 도덕률의 기준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면 어찌 가장 높은 단계의 성직자의 도덕률을 충족시킬 수 있겠는가· 종교인들도 사회법을 제대로 지켜야 하고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올해에는 모든 종교인들이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다. 예수님이 그러했듯 '마더 테레사'도 "울지 마! 톤즈"의 '김태석 신부'도 높은 자리를 거부하고 낮은 자리로 내려갔다. 그러기에 그들의 삶은 비록 고통스러웠지만, 인류에게 희망의 등불이 된 것처럼 이 땅의 모든 종교인들이 금전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약1:15)"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