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현실에 맞게 제대로 고쳐라

2017.11.20 21:14:46

[충북일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 14개월을 맞고 있다. 농축수산인들의 개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마침내 이낙연 국무총리가 음식물과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 개정을 시사했다. 늦어도 내년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개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떻게 개정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16일 이 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식사비 상한선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고 선물비는 농축수산물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당·정·청 공식 협의를 거쳐 이르면 28일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최종안이 확정되면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년 초 발효된다. 하지만 개정 범위를 두고 아직 이견이 많다. 최종안 확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종안 확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로 당·청이 서로 공감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비 인상안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국화의원들은 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 각계에선 '3·5·10' 개정에 앞서 국회의원 예외조항 삭제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의 개정 논의에선 정작 국회의원에 대한 법 적용 예외조항 삭제는 거론되고 않고 있다. 금품수수 상한선이나 경조사비 상한액에 대해서만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엔 청탁금지법 대상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빼는 대신 국회의원에 대한 예외규정(고충민원 전담 예외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기회에 '국회의원 등이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경우 현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한' 조항도 배제하는 게 옳다. 국회의원들에게 굳이 면책의 통로를 마련해줄 필요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법제정 취지나 국민 정서에도 어긋난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로 태어났다. 한 시도 잊어선 안 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작용은 이미 법이 시행 전 모두가 예상하고 수용한 수준이다.

게다가 김영란법 시행 1년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도 만만찮다. 우선 과도한 접대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공직사회가 복지부동한다는 비난이 제기될 정도였다. 공직사회 스스로 자정하고 엄격해 지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농수축산인들을 살리고 경제발전을 이끄는 묘수풀이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기회에 국회의원도 일반 공직자와 같이 예외 없는 법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김영란법 일부 개정에 동의한다. 분명히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선물경비 제한 등에 대한 조항은 농어촌 경제를 힘들게 했다. 국민들에게 편법을 이용해 법을 어겼다는 죄책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법 제정 취지가 약화되거나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면 개정이 답이다. 농어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법은 독소조항을 빼내거나 손질하는 게 마땅하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시행 1년 만에 제도를 고치는 건 부담스럽다.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건 현명하지 않다. 제대로 된 개정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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