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사이 진흙뻘로 변한 '금강 7경' 세종보

13일 수문 개방된 뒤 강바닥 훤히 드러나 흉물처럼
주민들 "빈대 잡으려고 초가 삼간 태우는 격" 비판
내년 2월까지 수위 30.5% 하락,아파트 '조망권' 훼손

2017.11.19 17:03:46

금강 세종보가 개방되기 3일 전인 10일 오후 4시께 모습. 늦가을인데도 물이 가득 차 있는 데다, 보 윗쪽에 있는 멋진 한두리대교와 둔치 억새밭,강 주변 아파트단지 등이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보였다.

ⓒ최준호기자
[충북일보=세종]
#10일 오후 4시께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아파트 인근 여울목 수변공원.

공원에서 바라본 금강 세종보의 경치는 매우 아름다웠다. 늦가을인데도 물이 가득 차 있는 데다, 보 윗쪽에 있는 멋진 한두리대교와 둔치 억새밭,강 주변 아파트단지 등이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풍경화처럼 보였다.

보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경고문도 붙어 있었다. "이 강은 수심이 깊고 수문 조작으로 유속이 빨리 위험하오니 낚시,수영,취사,시설물 설치 등을 금지합니다. 금강보관리단장."

지난 13일 개방된 금강 세종보의 18일 오후 4시께 모습.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가장자리에서 진흙뻘 바닥이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다.

ⓒ최준호기자
#18일 비슷한 시간 같은 장소.

마치 썰물 때 서해안 갯벌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위가 크게 낮아진 보의 가장자리는 거대한 진흙뻘로 변해 있었다.

수상레포츠용 소형배를 묶어두던 계류시설과 마리나,배를 고정시키던 닻은 무용지물이 된 채 방치돼 있었다.

아름다운 다리 야경과 물, 인근 아파트로 인해 세종시의 '야간 사진활영 명소'로 꼽히던 한두리대교 아래는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모처럼 드러난 바닥에서는 새들이 먹이를 찾기에 분주했다.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개방돼 11.8m였던 수위가 내년 2월까지는 3.6m(30.5%) 낮은 8.2m까지 떨어지게 될 금강 세종보의 개방 3일전(10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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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개방된 금강 세종보의 18일 오후 4시께 하류쪽 모습. 개방전과 달리 보 상·하류의 수위 차이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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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7경' 무색하게 나빠진 보 경관

정부가 내년말로 예정된 전국 4대 강 보 처리 방안 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상시 개방에 들어간 7개 보 중 세종보의 개방 전후 달라진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 때 설치된 전국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세종보는 유일하게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도시지역에 있다. 이에 따라 아직 기반시설이 부족한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세종호수공원과 마찬가지로 휴식공간 기능도 한다.

지난 13일 개방된 금강 세종보의 18일 오후 4시께 모습.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보트 등 수상레포츠시설이 무용지물이 됐다.

ⓒ최준호기자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는 등 경치가 아름다운 보 주변은 '금강 7경'으로도 지정돼 있다.

수량이 풍부한 이점으로 인해 매년 여름철이면 보에서는 수상레포츠교실도 열린다. 특히 보가 설치된 뒤 강물의 면적이 넓어지면서 주변에 들어서는 아파트들은 '강 조망권'의 혜택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지만 수문이 개방되면서 보 하류지역 수질은 나아질 수 있으나, 이같은 장점들은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18일 세종보에서 만난 인근 아파트 주민 윤철(49·회사원) 씨는 "수문 개방으로 수질이 얼마나 나아질 지 모르겠으나, 1주일여 사이 주변 경관이 너무 나빠졌다"며 "'빈대 잡으려고 초가 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이 생각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개방된 금강 세종보의 18일 오후 4시께 모습.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보트 등 을 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마리나(선박계류시설) 출입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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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개방된 금강 세종보의 18일 오후 4시께 모습. 수위가 크게 낮아진 보를 찾은 시민들이 드러난 강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

ⓒ최준호기자
◇내년 2월까지 보 수위 30.5% 하락

하지난 세종보 개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보 개방 시나리오(안)에 따르면 세종보는 지난 13일 개방 당시 11.8m이던 수위(관리수위)가 4일 뒤인 17일에는 9.95m로 낮아졌다.

이어 △내년 1월 16일에는 9.4m △1월 25일에는 8.6m △2월 2일에는 최저수위인 8.2m까지 떨어진 뒤 계속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따라서 세종보는 개방 후 약 3개월 사이에 수위가 3.6m(30.5%) 낮아지는 셈이다.

결국 수위가 떨어지면 보 상류의 수량이 줄어들면서 물을 채우는 '담수(湛水)면적'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 개방된 금강 세종보 윗쪽에 있는 한두리대교의 18일 오후 4시께 모습. 아름다운 다리 야경과 물, 인근 아파트로 인해 '야간 사진활영 명소'로 꼽히던 다리 아래는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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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9년초 세종시청 인근 금강변의 한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인 주영진(37·회사원·대전시 서구 둔산동)씨는 "세종에는 서울 한강처럼 수량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금강이 있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며 "세종보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 금강 조망권 가치가 줄어들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4대강 보를 확대 개방한 데 대해 김성태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 위원장)은 지난 14일 낸 보도자료에서 "문재인 보복정권이 화풀이 정치보복으로도 모자라 애꿎은 정책 보복에까지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괜한 사회적 비용만 초래했던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했던 정권이 이번에는 4대강을 제물로 삼아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지난 정권과 관련된 것은 모두 그 흔적을 지워버리겠다는 듯한 태도로 덤벼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 / 최준호기자 choijh5959@hanmail.net

지난 13일 금강 세종보가 개방된 뒤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무용지물이 된 소형선박 접안시설이 인근 주차장에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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