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짐대마루

2016.05.11 13:50:10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복대(福臺)동의 옛 지명이 '짐대마루'다. '진때마루'로 발음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고유의 지명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거의 사라져가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지만 옛 기록에는 '복대(卜大)'라는 한자 지명이 '짐대마루'라는 고유 지명을 한자로 기록한 것이라고 그 의미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복대(福臺)동'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것이 불과 50여년전의 최근의 일이어서 그 변이 과정을 밝히고 아울러 복대동의 어원까지 찾아보고자 한다.

'짐대마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한다.

"선조 때 토정 이지함과 박춘무가 아양산에 올라 복대동 일대를 보니 행주형(行舟形)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장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번창하게 될 것이지만 정착하는 사람은 적고 뜨내기가 많을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달리는 배에 짐대(돛)가 없기 때문이며, 행주형 지세에 물이 귀하다는 데 그 원인이 있음을 알았다. 그들은 이곳에 번창한 도시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쇠로 만든 당간을 세우고 그 곳 마을을 '짐대마루'라고 불렀다. 그리고 배가 함부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아양산 동쪽 기슭(현 지동동)에 쇳대를 박았다. 지금도 이곳을 '쇳대박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서 연유한다. 그 후 토정 일행은 우암산에 올라가 청주를 바라보고 청주 땅이 진정한 행주형임을 알았다. 그리고 짐대마루보다 청주가 더 발전을 하게 될 것이며, 뒤이어 짐대마루도 크게 번창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예언대로 오늘날 복대동 일대는 큰 건물과 주택이 즐비한 번화가가 되었다." 위의 전설에 따르면 '짐대'를 '돛대'로 본 것이며 '짐대마루'는 '돛대에 해당하는 당간을 세운 마을'을 말하는 것이 된다. 이것은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바라본 지명 유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짐대'는 '사찰에서 당(幢)을 달아 세우는 기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옛 문헌인 '輿地圖書(여지도서)', '湖西邑誌(호서읍지)' 등에는 이곳의 지명이 '卜大'로 나온다. 따라서 '福臺'는 '卜大'가 원형임을 알 수 있는데 '卜大'는 '짐대'에 대한 차자(借字) 표기인 것이다. 지금 '卜'은 '복'으로 읽고 '점'으로 새긴다. 그런데 이전 시기에는 '짐'으로 읽었거나 '짐'으로 새겼을 가능성이 있다. '卜'이 음차자(音借字)일 수도 있고 또는 훈차자(訓借字)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자 사용의 초기 시절에 한자가 음차나 훈차로 많이 사용되던 시기에는 '卜'으로 표기하고 '짐'으로 읽었을 것이며 '卜大'로 표기하고 '짐대'로 읽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자 사용이 널리 보급되면서 '卜'의 한자음인 '복'으로 읽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卜大'의 '大'는 '짐대'의 '대'에 대한 음차자이다. 그런데 '卜大'는 지금 '福臺'로 쓰이고 있다. '福臺'라는 명칭은 '淸州誌(1961)'에서 처음으로 쓰고 있는데. 이때 지명에서 신앙적 의미보다는 누구에게나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도록 하기 위해서 '卜'을 '福'으로 바꾼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大'를 '臺'로 바꾼 것은 '짐대'의 '대'를 '짐대마루'에서 '넓고 높은 곳'을 지시하는 '마루'의 의미에 부합하는 '臺'를 선택함으로써 '복대'에 '짐대마루'를 모두 나타내게 하였으니 이 당시 행정 지명을 만든 사람도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이제 원래의 어원을 찾아보기로 하자.

짐대마루 앞에 '진재산'이라는 산이 있다. 지금의 조달청 앞에 있는 고개가 '진재고개'로써 짐대마루에서 진재산으로 넘어가던 고개라고 한다 '진재고개'는 '진재'와 '고개'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진재'는 '긴재'의 구개음화 어형이다. '긴재'의 '긴'은 '길다(長)'의 관형사형이고, '재'는 '고개'의 뜻이다. 그러니 '진재'는 '긴 고개'의 의미로서 고개의 길이가 아주 길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국에 '진재'라는 고개가 아주 많으며 '장령(長嶺)', '장현(長峴)'이라는 한자 지명과 함께 쓰이기도 한다. '진재'에 '고개'가 붙은 어형이 '진재고개'이다. '진재고개'는 '고개'를 뜻하는 '재'와 '고개'가 중복되어 쓰인 지명이며 '진재고개'라는 고개 이름도 전국에 아주 널리 분포한다.

'짐대마루', '진때마루'는 언뜻 보아도 '진재마루'에서 온 것임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지 않을까? 길다는 의미의 '긴'이 '진'으로 변이되어 주민들에게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음으로써 '재'가 '대'로 변이되니 혼란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복대동의 어원은 '긴 고개 마루'이며 이것이 '진재마루→짐대마루'로 변이되어 불리다가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卜大→福臺'로 바뀌게 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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