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학자들은 발해 고유문자라고, 반면 중국 학자들은 한자의 별자체이거나 잘못 쓰여진 한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발해는 고유 문자를 갖고 있었을까. 갖고 있었다면 어떤 모양의 문자일까. 이와 관련된 학술행사가 얼마전 국립청주박물관(관장 김성명)에서 열렸다.
고광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청주박물관에서 열린 올 하반기 5번째 박물관 과정에서 '발해의 문자 이야기' 제목의 특강 시간을 가졌다.
고위원은 발해문자에 접근하기 전에 발해언어를 먼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고구려어는 부여어, 말갈어는 퉁구스어, 거란어는 몽고어 계통에 속하고 있다.
그러나 발해언어에 대해서는 한·중 학자들 사이에 견해차가 존재하고 있다. 중국학자들은 발해의 주체민족은 말갈인이었고, 따라서 발해는 말갈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학자들은 '속일본기'(續日本記) 권13에 등장하는 내용을 들어, 부여어 계통의 고구려어가 사용됐다고 말하고 있다.
속일본기에는 △740년 발해사신 이진몽(已珍蒙) 일행이 일본을 방문했고 △이때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신라 유학생이 통역을 위해 동석했다는 내용이 등장하고 있다.
고위원은 "이는 발해와 신라가 서로 통하는 언어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경우 같은 계통의 고구려어가 자연스럽게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위원은 이같은 바탕 위에 발해 고유문자 존재 여부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비석, 불상, 기와, 묘 등에서 발해 명문(銘文)이 발견되고 있다.
이중 발해기와 명문 370개를 분석한 결과 한자 문자가 36%인 135개, 기이해서 알 수 없는 글자(이하 신자)가 41%인 135개로 나타났다.
그는 이에대해 △발해어 중에는 한자로 표현할 수 없는 음이 있고 △발해인은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신자를 만들었을 것이며 △따라서 신자는 보충한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원의 견해대로하면 발해 신자는 차자표기법(借字表記法) 기능을 지닌 신라 향찰이나 이두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는 것이 된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학자 샤프크노프도 "발해신자는 한자가 아닐뿐더러 거란·여진문자와도 다른 것이고 신라에서 발명된 이두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틀림없다"는 말로, 거의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같은 정황으로도 발해에 고유문자가 존재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명확하게 서지 않고 있다.
고위원은 "문장형태로 발견된 발해 명문이 존재하지 않고 있고, 따라서 발해 문자 전모가 아직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발해가 멸망한 직후 거란과 여진족은 바로 고유문자를 만든다"며 "이는 발해사회에도 고유문자에 대한 일정한 수요가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학자들은 이른바 발해 신자에 대해서도 "한자의 별자체이거나 잘못 쓰여진 한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조혁연 대기자